제목 이용후기 홀덤추천
작성자 빈목도
작성일자 2023-05-25
조회수 71

“우히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드디어! 직인이 됐습니다!”

일부러 응접실까지 옮겨온 식탁 위로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맡기만 해도 사흘은 굶은 것처럼 허기지게 하는 향기 위로 잔뜩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유했다.

행복을 가득 담고서.

“헤헤,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축하까지 받을 줄은 몰랐는데··· 아니, 사실은 저한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새로 산 고깔모자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던 벤이 문득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너무 좋아서 그런 걸까? 새삼스럽게 힘들던 시절이 생각났다.

기약 없이 사람들 주머니나 털어야 했던 하루하루. 그나마도 제대로 못 해서 오늘 빵을 먹으면 내일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들어야 하던 시절.

미래라고는 한 치도 보이지 않던 그때의 벤에게 가서 ‘너는 미래에 누구보다도 좋은 사부님을 만나서 열 살에 대장장이가 될 거야!’ 따위의 말을 하면 얻어맞지 않을까?

적어도 욕은 바가지로 얻어먹었을 것이다.

밑바닥 시궁창 인생에 그런 꿈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나냐고. 우리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러고는 자기 전에 울었겠지.

“저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실 전 웃어야 했어요. 그냥, 그냥 웃어야 했거든요.”

가장 기뻐야 할 자리에서 하는 말에 서서히 물기가 섞였다.

하지만 벤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웃지라도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다들 알잖아요? 옛날에 우리가 어땠는지.”

아이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벤의 표정이 이해가 된다. 아니, 벤이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말을 할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했다.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죽으라고 일 해봤자 다 뺏기고 나면 겨우 그날 먹을 빵 한 조각. 근데 우린 여럿이잖아요?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니까, 나누고 나면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에 자다 깨고.”

함께 살면서 좋았던 건 내가 실패해도 누군가 성공하기만 하면 굶지는 않았다는 것.

나빴던 건 굶지만 않았다는 것.

빵 한 조각을 넷이서 나눠 먹는 날이 많았으니, 아무리 작은 아이들이었다지만 배가 부르기나 했겠는가. 사실 재수 없어서 아예 굶는 날도 많았다.

그러니 굶주림은 그 시절 아이들에게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고 물리칠 수도 없는.

“뭐, 일이라고 해봤자 남들 주머니 터는 거였지만··· 아무튼, 그래서 전 자기 전에 늘 생각했거든요. 미래엔 뭐가 되고 싶다. 뭘 하고 싶다.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다 같은 거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뒷골목 부랑아들에게 햇빛 속으로 나갈 날 따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서 어른이 돼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사기꾼, 도둑, 소매치기에 잘 풀리면 깡패.

그늘에서 태어나 그늘에서 져야 할 운명이라는 건, 처음 거리로 내몰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안 오는 잠을 청할 때부터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벤은 꿈을 꿨다.

꿈이라도 꾸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 대운하로 달려나가 몸을 던지고 싶어졌으니까.

어떻게든 좋은 날이 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고 비참한 지금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해지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다음 날 깨어나서 깨닫는 거죠. 다 헛꿈이라는 걸요. 배고파서 쓰린 배 잡고 터덜터덜 걸어나가면서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 뭐, 그런 생각 다들 해봤잖아요?”

매일 꿈을 꾸고 또 꿈을 포기하는 삶.

어린 벤이 강제로 마주쳐야만 하는 현실은 그리도 춥고 아팠다. 이제는 아니다.

“그런 제가 정말로 꿈을 꾸고, 뭔가 이루게 될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애들 앞에서는 잘난 척도 좀 했는데요.”

벤은 이제 누가 들어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울먹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비웃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벤이 느끼는 감정은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사실 제가 잘난 게 아니라, 좋은 사부님을 만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오늘 은 제가 축하받을 날이 아닌 것 같아요.”

거기까지 말한 벤이 손에 들고 있던 귀여운 장식물을 가만히 탁자에 내려놨다. 그러고는 륜스이에게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왔다.

처음 만날 때보다 많이 컸지만, 여전히 륜스이에게는 한참이나 고개를 아래로 꺾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제자.

까불거리고 생각 없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다른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제자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봤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거둬주셔서,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녀석···”

륜스이는 잠시 동요한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안겨 오는 녀석을 넓은 품에 끌어안았을 뿐.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륜스이가 세상의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그렇게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얼마나 보냈을까.

비로소 격하게 흔들리던 마음을 가라앉힌 륜스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답했다.

“너는 내게 감사하다고 했지. 그래, 고마운 일이 있으면 표현을 하는 게 바른 태도다. 내가 네게 베푼 게 있으니 기꺼이 그 감사를 받으마. 그리고.”

누군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할 때, 겸양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일이다. 하지만 아주 깊은 관계인 사람이 진심을 드러낼 때 보여야 할 태도는 이쪽의 진심을 마주 드러내는 것.

륜스이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베풀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나도 고맙구나. 어렵고 괴로운 시기를 지나면서도 밝게 버텨줘서 고맙고, 받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줘서 고맙다. 꿈꾸는 아이라서, 정말로 고맙다.”

벤의 작은 등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녀석의 홀덤추천 작은 떨림으로 전해져 온다. 동시에 녀석의 고개 너머로 시선이 향한 곳에서 아이들의 시선이 륜스이와 마주치며 각자 감정을 전해온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

인연의 신묘함이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묶었으나, 그걸 아름답게 피워낸 건 륜스이와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