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깔끔하니 좋네요 ㅎㅎㅎ..

상담도 잘해줍니다.

람스는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맞습니다. 람스 황자님이셔요.”

옆에 있던 릴리가 다소곳하게 대신 대답했다.

그래, 내 아들이야. 잘 자라주었구나…….

레실리아의 시선은 오직 람스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나를, 이 어미를 먼저 찾아주신 건가요? 흑, 흑흑…….”

레실리아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아, 저는 단지 잠시 외출했다가…… 그저…….”

람스가 난처해하자, 레실리아가 눈물을 훔치며 재빨리 말을 뱉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 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기다렸답니다. 항상 우리 아드님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레실리아가 람스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수행 사제를 돌아봤다.

수행 사제는 얼른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방문을 열어주며 옆으로 비켰다.

람스는 파도에 휩쓸리듯 레실리아의 손에 이끌려 방 스타토토 들어섰다.

릴리와 모니야, 모니도 뒤따라 들어가자 레실리아가 경계하듯 세 사람을 훑어봤다.

“누구?”

레실리아가 눈썹을 치켜뜨며 릴리에게 물었다.

릴리는 기다렸다는 듯 손끝으로 드레스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정식으로 제 소개하려는데, 람스가 먼저 대신 대답했다.

“친구……입니다.”

람스는 왠지 제 친모에게 릴리가 라피온 제국의 황녀라고 밝히면 안 될 것 같았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궁인들이 젤다 황후와 친모가 껄끄러운 사이라며 수군대던 기억이 떠올랐다.

젤다뿐만이 아니었다. 친모는 자신을 키워준 로지 황후를 저주할 수준으로 싫어했다는 얘기도 함께 떠올랐다.

“……친구? 그렇군요.”

“예에.”

레실리아는 그제야 릴리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봤다.

그러다 복도에 서 있는 중년 부부를 턱짓하며 람스에게 물었다.

“그럼 저 사람들은요?”

“어머니를 만나러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입니다. 제가 잠시 고용했습니다.”

람스가 대충 둘러댔지만, 레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믿었다.

‘퇴근하는 궁인들을 매수해서 황궁을 빠져나와 나를 만나러 온 거구나.’

레실리아는 중년 부부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릴리에게 향했다.

“우리 아드님과 친구라고?”

“예에! 릴리라고 불러 주셔요.”

눈치 빠른 릴리는 람스가 자신을 황녀가 아니라 그냥 친구라고 소개한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레실리아에게 일단 자신의 이름만 밝혔다.

‘눈빛이 당당하고, 빛이 나는 걸 보니 시종은 아닌 거 같은데? 뭐지, 얘는?’

레실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릴리를 내려다봤다.

귀족이나 황족들에게는 놀이 친구라는 게 존재하니, 릴리가 람스에게 그런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귀족의 여식이라면 이런 늦은 시간에 호위도 없이 돌아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레실리아는 중년 부부를 가리키며 릴리에게 물었다.

“부모님이신가?”

“제겐 부모님과 같으신 분이셔요.”

릴리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레실리아는 릴리의 대답이 어딘지 이상하다고 생각됐지만, 롤토토 중요한 건 람스였기에 더는 관심 두지 않았다.

“그래, 릴리. 너만 들어오거라. 그대들은 롤드컵토토 기다리고.”

모이야와 모니는 ‘네.’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문가에서 순순히 물러섰다.

　
방 안에는 세 사람만 둥근 나무 테이블 앞에 앉았다.

레실리아는 람스를 옆에 앉히며 얼굴을 연신 쓰다듬었다.

“참 잘 크셨어요. 이 어미의 어린 시절과 많이 닮았고요.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가 봅니다. 아기였을 땐, 아버지처럼 금발이더니, 점점 제 머리색으로 변해가시네요.”

레실리아는 람스를 고귀한 미술품을 감상하듯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며 감탄했다.

그 앞에 앉은 릴리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수행 사제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따뜻한 유자차입니다.”

레실리이아의 수행 사제는 설탕으로 절인 레몬이 담긴 찻잔을 세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티 포트를 들어 찻잔에 부운 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언젠가는 찾아주실 거라 믿었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아드님께서 라피온 제국을 방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어떻게든 이 어미가 아드님을 만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와 주다니…….”

레실리아의 눈물 바람이 다시 시작됐다.

“제가 이곳에 온다는 걸 어디서…… 들으셨어요?”

람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 친모는 죄인 신분으로 수도원을 전전하는 처지였다. 자신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제 주위에 친모를 돕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어미와 잘 아는 궁인이 있어요. 고맙게도 스타베팅 아드님의 소식을 전해 줬답니다.”

“라피온 황궁의 어느 곳에 근무하는 궁인인가요?”

마침 입이 근질근질했던 릴리는 제2 시어머니와 친분 있는 사람이 라피온 황궁 안에 있다는 사실이 내심 반가웠다.

앞으로 그 사람 주변을 얼쩡거리며 두고두고 잘 보여야겠다고 다짐하며 물었다.

제2 시어머니의 귀에 자신의 행실도 들어갈 수 있으니 누군지 알아둬서 미리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레실리아는 릴리의 질문을 맹랑하게 받아들였다.

‘8년 만에 만난 아들과 회포를 푸는데 감히 끼어들어?’

못마땅한 얼굴로 릴리에게 눈을 흘겼다.

그 속내를 알 리 없는 릴리는 레실리아와 시선을 마주하며 싱긋 웃어 보였다.

“라피온 황궁에 아는 이가 많은 모양이지?”

레실리아가 비꼬듯 물었다.

“음, 제가 아는 이보다 저를 아는 이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하?”

릴리의 대답에 레실리아가 코웃음을 치며 짐짓 엄하게 말했다.

“얘야, 내가 말을 시키기 전에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릴리입니다.”

“……그래, 릴리. 한 번만 더 대화에 끼어들면 밖으로 나가 있게 할 거야.”

“아, 예에. 죄송합니다아~.”

릴리는 로지와는 다르게 제2 시어머니는 얼굴만 예쁘고, 성격은 상당히 까칠하다고 생각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다고 기가 죽은 건 아니었다.

람스는 그녀가 릴리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보자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동안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친모에 대한 호감이 점점 깨지고 있었다.

“저…… 근데요. 앞으로는 좀 더 편히 지내실 수 있게 황제 폐하께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릴리는 레실리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불쑥 또 말을 내뱉었다.

‘네까짓 게 리넬 황제에게 무슨 수로?’

네 아비가 누구기에.

레실리아는 비웃음을 흘렸다.

“아드님과의 대화에 방해가 되니, 릴리? 넌 나가 있거라.”

축객령이 떨어졌다.

‘아, 지금 이렇게 나가면 안 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사실 저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릴리가 입을 떼자 람스가 말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릴리는 결국 제 신분을 노출하고 말았다.

“라피온 제국의 황녀이옵니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릴리 가디온 에드파 황녀입니다.”

릴리가 의자에서 일어나 황족다운 절제되고 몸짓으로 예를 갖췄다.

레실리아는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라피온 제국의 황녀라면…… 이 애가 젤다의 딸이라고?!’

다시 보니 아이는 젤다의 어린 시절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릴리는 충격에 빠진 레실리아를 보며 계속 생글생글 웃었다.

레실리아는 그 옛날 젤다가 저를 보고 웃던 미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도 잘난 거 하나 없는 주제에 저렇게 환하게 웃어댔었지.

젤다는 공주인 자신보다 더 행복하면 안 됐다. 더 밝게 웃어도 안 되고, 마음이 넓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레실리아는 그 미소가 미워, 다시는 미소 롤배팅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젤다의 얼굴에 붉은 시약을 부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불행한 것들은 불행한 표정을 지어야 옳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공평하지 않았다.

자신은 지금 공주의 신분까지 박탈당한 채 샤트오닐 왕국과 파트샤 제국의 수도원을 떠돌아다니는 신세인데, 젤다는 황후 대접을 받으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니.

‘그게 원래 누구 자리인데!’

아들도 낳았다지?

레실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면 볼수록 릴리는 젤다의 어린 시절과 굉장히 닮았다.

젤다가 오른쪽 얼굴에 화상을 입었던 때도 아마 저 나이쯤이었지, 아마?

“우리 아드님이 여덟 살이시니, 황녀께선 지금 일곱 살이시겠군요.”

“예, 어머님.”

……어머님?

레실리아가 입술을 비틀며 릴리에게 물었다.

“그래. 황녀의 어머니께선…… 여전히 잘 지내시나요?”

“예에, 어머님은 건강하시고 아버님과도 언제나 신혼처럼 지내셔요. 저도 훗날 결혼하게 되면 저희 부모님처럼 살고 싶답니다.”

“그렇군요.”

레실리아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릴리를 보고 있자니 젤다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뻗쳤다.

‘저 뽀얀 얼굴에 젤다처럼 화상을 입으면 어떨까?’

레실리아는 몹시 궁금해졌다.

저 아이도 젤다처럼 제 운명을 극복할까?

여전히 싱글벙글하며 웃을 수 있으려나?

“쿠키를 좀 가져오라고 해야겠네요. 아, 티 포트의 물도.”

레실리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티 포트를 롤베팅 들고 일어섰다.

마침 출출했던 릴리는 람스를 보며 ‘실은 배고팠어요.’라고 입 모양으로 말하며 웃었다. 람스는 릴리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 순간, 레실리아가 발을 헛디디며 몸이 릴리 쪽으로 기울어졌다.

“어머!!”

넘어지려는 찰나, 손에 들고 있던 티 포트의 뚜껑이 떨어지면서 릴리의 오른쪽 얼굴에 뜨거운 물이 죄다 쏟아졌다.

뜨거운 김이 허공에 피어올랐다.

“앗, 뜨거워!”

비명은 릴리가 아닌 레실리아 입에서 나왔다.

레실리아는 릴리에게 티 포트를 쏟다가 손을 데었다.

“황녀님!”

람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상 입은 손을 털어대며 앓는 소리를 내는 친모를 뒤로하고, 람스는 릴리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황녀님? 빨리 궁의에게 아니, 마탑주에게 가서 치료받으러 가요! 어서요!”

“전 괜찮아요. 황자님. 아무렇지 않은걸요?”

릴리가 뜨거운 물을 뒤집어써서 흠뻑 적은 제 오른쪽 롤토토사이트 손등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호들갑 떠는 레실리아와 달리, 릴리는 방금 찬물에 세수한 듯 산뜻하기만 했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릴리는 정말 화상을 입지 않았다.

친모의 손은 벌써 벌겋게 변했는데 릴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너, 너 뭐야!”

레실리아는 릴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머님, 제겐 아주 작은 재주가 있답니다.”

릴리는 제2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능력을 내보여 점수를 따는 기회라고 여기며 비장하게 입을 뗐다.

“저는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을 다룰 줄 알아요. 화로에 불을 붙이거나 물의 온도를 높이는 거 외에 뜨거운 물이나 물건을 만지거나 닿아도 아무렇지 않아요. 히잇.”

릴리는 레실리아가 고의로 자신에게 티 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을 쏟았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왜, 왜 우리 아드님과 어울려 다니는 거지?”

잠시 넋이 나갔던 레실리아가 릴리에게 쏘아붙였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릴리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람스 황자님과 결혼하려고요.”

“!”

뭐라고?!

놀란 것도 잠시, 레실리아가 바로 정색하며 외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절대 안 돼!”

원수의 딸년을 며느리로 맞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내내 웃고 있던 릴리의 얼굴이 굳었다.

‘어른들은 참 일을 어렵게 만들어.’

릴리가 메고 있던 가방 안으로 손을 넣었다가 빼더니 신속, 정확하게 레실리아의 눈에 흙을 뿌렸다.

“아악!!”

레실리아의 비명이 방 안에 울렸다.

‘성공이다!’

제 아버지에게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제1 시어머니인 로지는 흙을 던질 필요가 없어 그만뒀지만, 이번엔 드디어 성공했다.

“눈에 흙이 들어갔으니 허락해 주세요.”

릴리가 레실리아에게 당당하게 요구했다.

레실리아는 눈에 흙이 잔뜩 들어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그 어미에 그 자식이야! 배워 먹지 못한 게 판박이야! 폭력적인 것도 똑 닮았고!”

레실리아가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어머니. 말씀이 지나치세요!”

람스가 레실리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드님! 이 어미 눈에 흙이 잔뜩 들어가서 제대로 뜰 수도 없는데, 왜 저 애 편을 드시는 건가요?”

레실리아가 퍽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람스가 당황해 천천히 입을 여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릴리!”

젤다와 벨로스가 방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문밖에서 비명을 들은 터라 가슴이 철렁했다.

방 안으로 들어오니 레실리아는 두 눈을 감고 눈물까지 흘리며 오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릴리는 오른쪽 얼굴과 머리가 흠뻑 젖어 있었다.

“어, 어머니…….”

릴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일인 거야? 릴리, 네 꼴이 왜 이래!”

젤다의 눈동자가 불꽃이 일었다.

“별일 아니에요. 레실리아 님께서 발을 헛디디셔서 실수로 제 얼굴에 티 포트를 쏟으셨어요.”

고자질이 아니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 젤다를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다.

제 어머니도 불을 포함해 모든 뜨거운 것들에 강하신 분이니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의 예상과는 달리 젤다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티 포트에 스타토토사이트 손으로 감쌌다.

물이 없는데도 겉은 여전히 뜨거웠다.

실수였다고……?

좀처럼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벨로스. 람스 황자와 릴리를 데리고 나가 있어요.”

젤다가 레실리아의 얼굴을 응시하며 벨로스에게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