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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제는 어렸을 때부터 제 외모가 잘생겼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돈 버는데 퍽 유용하다는 것도 알았다.

미술품을 파는 데 외모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할지는 모르겠으나, 외모로 인해 유리한 위치를 몇 번 선점하고 나자 그는 점점 능숙하게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그는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예술가’와 같은 말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좋게 말하면 사업가, 나쁘게 말하면 장사치 정도로만 자신을 여겼다.

그런 그를 회유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뭐, 회유라기보다는 유혹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미술품을 사면서 그와의 하룻밤을 보내려는 여자들이 노골적으로 제 욕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민제는 눈앞의 이득을 위해 제 몸을 팔고 싶진 않았다.

그녀들에게는 하룻밤의 유희일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목숨을 걸고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그는 짙은 화장과 값비싼 향수 냄새를 풍기는 여자를 싫어했다. 거의 본능처럼 거부감이 발동되는 수준이라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꾸며내도 그런 여자 옆에 서면 별수 없이 미간이 구겨지곤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다른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여자를 만났다.

“와, 이렇게 고치니까 얼굴 형태가 완전히 달라 보이네요.”

줄리아노 석고상을 그리던 하연이 스타토토사이트 수정한 부분을 보고 감탄했다. 그저 스케치북에 선만 두어줄 다시 그었을 뿐인데.

민제가 신기한 생물을 관찰하듯 하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 여자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옆에 바짝 서 있는 걸 알까. 일부러 손이 스치게 연필을 잡는 것도 모르겠지.

갑자기 자괴감이 든 민제가 짧게 롤토토사이트 내쉬었다.

“알면, 더 열심히 해.”

의도치 않았는데 못된 말이 흘러나온다. 그제야 민제는 제가 퍽 삐딱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 당연하죠. 관장님이 과외까지 해주시는데 더 열심히 해야죠.”

그녀가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이 아니라 롤베팅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여실히 드러날 정도로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그녀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며 민제는 생각했다. 이 여자는 제 삐딱함을 무효화시키는 재주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기특하네.”

민제는 지후에게 하듯 무심코 하연의 롤배팅 쓰다듬어 주려다 멈칫했다.

그녀의 올려묶은 머리 사이로 빠져나온 잔머리와 가녀린 목선이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꿀꺽,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드디어 미친 건가?’

그는 잔상을 떨치기 위해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이번엔 자그맣고 동그란 귓바퀴가, 팔랑거리는 속눈썹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서 포근하고 달큼한 향기가 진동한다. 그가 질색하는 인위적인 향이 아니라 샴푸 향이나 비누 향 같은 것이 그녀 고유의 체 향과 섞여 나는 냄새였다.

그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제 자신을 믿지 못해 한 발짝 옆으로 물러섰다.

“또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물러서는 그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다. 민제는 제게로 향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마주 보다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녀가 뭘 하든 제 생각이 미친 쪽으로 튀어 나가리란 걸 깨달았으니까.

“없어, 없어. 계속해.”

그는 재빨리 손을 휘젓고는 화실을 빠져나왔다. 스타베팅 마음으로 과외를 시작해서 벌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

키아프가 시작되기 며칠 전, 민제는 행사장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를 마친 하연의 그림 앞에 섰다.

금방이라도 화폭을 벗어나 날아오를 것 같은 화려한 나비를 그는 아주 오래도록 바라보고 서 있었다.

본래 그림이란 작가의 사상을 투영한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나는 것이다.

민제는 시대의 암울함을 담은 그림이나 피폐한 정신세계를 반영한 그림도 많이 보았다. 혹은 사물을 단순화시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색감이 화사하고 특이한 그림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내려앉을 것처럼 날갯짓이 느껴지는 그림은 처음이었다.

‘그림에도 콩깍지가 씌었나.’

그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를 만난 것처럼, 그녀의 나비가 자체발광하듯 빛나는 느낌이었다.

“어? 여기 계속 있었어요?”

키아프와 관련해서 마지막 점검을 하러 사무실에 들렀던 하연이 제 그림 앞에 꼼짝 않고 서 있는 민제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응, 좀 고민되는 게 있어서.”

그가 고민된다고 말하니 제 그림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서 하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그녀는 알까. 저토록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정말로 울리고 싶어진다는 것을.

하연을 만난 뒤로 자신을 이상 성욕자로 생각하게 된 민제가 한차례 눈썹을 꿈틀거린 뒤 말했다.

“네 그림이 다 팔리면 이렇게 걸어두고 볼 수가 없잖아. 그냥 내가 다 사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어.”

그림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하연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키아프에 출품한 의미가 없잖아요.”

“내 말이. 그러니까 고민하는 거지.”

천연덕스럽게 답하는 민제를 보고 하연은 기가 막혀서 허, 하고 웃었다. 한차례 그녀를 따라 웃고 난 민제가 흘끔 주변을 살폈다.

멀찍이 지나가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누구도 이쪽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뭐, 어차피 보는 사람이 있고 없고는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연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피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그는 그녀가 복도 쪽을 등지고 있는 틈을 타 촉, 짧게 입을 맞췄다.

“관장님!”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소리 죽여 항변하는 롤드컵토토 보고 민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주위 사람의 시선이 몰리자 하연의 얼굴이 점점 더 새빨갛게 변했다.

사람 같지 않은 관장이 연애하는 모습을 경악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미술관 직원 몇몇이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빠르게 지나갔다.

“다 봤을 거야. 어떡해요?”

하연이 어쩔 줄을 몰라하자 민제가 다소 뻔뻔하게 말했다.

“전혀. 다들 숨 쉴 틈 없이 바빠서 이쪽으로 고개 돌릴 여유도 없었을걸.”

민제는 정말 그렇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직원들이 알았다면 기겁할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빙긋 웃었다.

그러고는 꽉 막힌 유교 국가가 갑작스럽게 답답해졌다.

“정, 말요?”

하연이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되묻자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게 나으려나…….”

이왕이면 인사를 키스로 하는 나라면 좋겠는데. 롤토토 쓰잘머리 없는 생각에 빠진 것을 모르는 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냐, 그냥, 그냥 해 본 소리야.”

그는 대충 얼버무리며 하연을 이끌고 로비 쪽으로 갔다.

그녀의 속눈썹이 빠르게 깜박이는 것을 본 민제는 다른 나라는 고사하고 일단 아무도 없는 방에 둘만 갇히길 바랐다.

‘같은 수법은 안 통하겠지?’

민제는 지난번처럼 지하 보관실에 ‘우연히’ 갇히는 행운이 또다시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

새벽녘 잠이 깬 민제는 제 옆에 곤히 스타토토 하연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코입을 하나씩 뜯어보아도 예쁘고, 전부 합쳐서 보아도 예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녀를 관찰하던 민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끔 이 현실이 지독한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깨고 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단꿈 말이다.

그런 생각을 반복하자 정말 두려워져서 그는 하연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제 손에 다 덮일 정도로 차이나는 손이었다. 그 자그마한 손을 그러쥔 것뿐인데 널뛰던 가슴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가족에 대한 안정감은 그를 아주 행복하게 만들면서도 때때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직도 덜 자랐나.’

그는 제 자신이 보육원 시절의 소년에서 성장이 멈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애처럼 자꾸만 무서운 게 많아지는 거라고 말이다.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서 쯧, 혀를 차는데 하연이 반쯤 감긴 눈으로 물었다.

“왜요? 잠이 안 와요?”

“아니야, 그냥 눈이 떠졌어. 신경 쓰지 말고 자.”

괜히 그녀를 깨우게 된 것 같아 미안했던 민제가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당신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잠을 다 몰아내지 못해서 눈도 다 뜨지 못한 하연이 민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안 아파.”

민제는 착실하게 대답하면서도 그녀의 손길이 좋아서 피식 웃었다.

“응? 정말 열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안 자고 뭐 했어요?”

“당신 얼굴 구경.”

“뭐라고요?”

하연이 제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는 말에 잠이 확 달아났는지 눈을 번쩍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 코 골았어요? 아니면, 막 침 흘리고 잤어요?”

그가 잠든 제 얼굴을 구경할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하연이 기함하며 물었다.

“아니, 자는 모습이 예뻐서. 그래서 봐도 봐도 안 질려서 계속 보고 있었어.”

“응? 당신 정말 어디 아픈 것 같은데?”

하연이 다시 그의 이마를 짚었다. 그녀의 반응이 귀여워서 민제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야. 자는 모습이 천사처럼 예뻐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도르르 굴린 그녀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내가 꼭 해 줘야 하는 게 있다든지?”

그 말에 웃음이 터진 민제가 한바탕 더 웃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어허, 남편 말을 못 믿다니.”

그가 엄한 말투로 장난스럽게 이마를 꽁, 부딪치자 하연이 못 당하겠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뭐, 좋아요. 믿어 줄게요. 나도 당신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니까.”

하연이 손끝으로 가지런하게 뻗은 그의 눈썹을 살살 쓸었다. 그러다가 그 잠깐 사이에 그의 눈빛에 열기가 꽉 들어찬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고?”

“왜 당신만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연이 오히려 반문하자 민제가 슬쩍 입매를 늘였다.

“내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어?”

그는 자신이 잘생긴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홀덤사이트 어디가 제일 나아 보이는지 알고 싶었다. 기대감에 물든 민제의 눈을 보고 머뭇거리던 하연이 천천히 대답했다.

“음, 눈매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남들은 날카롭다느니 매섭게 보인다느니 온라인홀덤 눈도 안 마주치려고 벌벌 떠는데 그녀는 제 눈매가 제일 마음에 든단다.

“또?”

“그리고 콧대랑 입술이랑 턱 라인하고, 어깨 넓은 것도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민제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던 하연이 그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당신 외모가 유독 내 취향이라고 했었잖아요. 홀덤사이트 처음 듣는 사람처럼 구네요.”

“이렇게 신랄하게 말해 준 적 없었잖아.”

그러자 하연이 민망해하며 대꾸했다.

“아직 다 말한 건 아닌데요?”

“그럼, 더 있다고?”

“더 있는 건 맞지만 민망하니까 그만 말할래요.”

하연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민제가 쿡,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목덜미에 온라인홀덤 깊숙이 묻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불안정하던 호흡이 잠잠해지고 날카롭게 벼렸던 신경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민제는 이런 것이 일반적인 사랑인지는 잘 몰랐으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았다.

그녀가 제 삶의 구원자라는 것.

“간지러워요.”

목덜미에 그의 숨이 닿자 하연이 바르작거렸다.

“안 간지럽게 해 줄게.”

민제가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로 농밀한 입맞춤을 한 뒤 그녀를 놓아주며 씨익 웃었다.

“내가 오늘 말했었나? 사랑한다고.”

“못됐어요, 정말.”

하연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의 가슴팍을 툭 때렸다.

가슴팍을 얻어맞은 것뿐인데 어째서 이토록 완전한 안정감이 느껴지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모를 일이었다.